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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독서 노트가 점점 복붙이 되어가는 순간
책을 읽고 나면 꼭 해야 할 일처럼 따라붙는 게 바로 요약입니다.오늘은 책을 요약하지 않고 '나만의 질문'만 남기는 독서법: 정리보다 사유, 핵심보다 흔들림을 남기는 방식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형광펜으로 중요한 문장을 줄긋고, 요점을 정리하고, 챕터별로 핵심 키워드를 정돈하죠.
그렇게 만든 독서 노트는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한참 뒤에 다시 보면 정작 내 생각은 하나도 없는, 책 내용을 정리한 ‘복사본’에 가깝습니다.
저도 그런 독서를 오래 했습니다.
읽을 땐 뿌듯했고, 정리한 뒤엔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정말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지?"
"나는 이 문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런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요약 중심의 독서를 멈추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만을 기록해보는 독서법을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지 않고, 대신 나의 궁금증, 찜찜함, 동의하지 못한 포인트, 더 알고 싶은 방향만 적어두는 겁니다.
요약보다 질문을 남기는 독서가 주는 깊이
질문을 남기는 독서는 단순한 정보 정리가 아니라,
내 안의 ‘사고를 작동시키는 연습’입니다.
책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소화하며, 어디로 연결시키는가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죽음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던 중, 다음 문장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예전 같았으면 ‘죽음에 대한 불안 → 준비의 중요성’ 정도로 요약했을 겁니다.
하지만 질문 중심 독서를 하며 남긴 메모는 달랐습니다.
나는 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죽음을 제대로 준비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우리는 이 중요한 주제를 일상에서 회피할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책이 머리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삶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은 단지 책 안에 머물지 않고, 내 경험, 가치관, 인간관계, 삶의 방향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질문형 독서를 실천하는 방법
그렇다면 이 독서법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아래는 제가 직접 적용하고 있는 루틴입니다.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1. 책을 읽으며 문장을 정리하지 않는다
형광펜을 잡기 전에 ‘내가 이 문장을 왜 밑줄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줄을 긋기보다는, 그 문장이 만든 감정이나 의문을 노트에 기록합니다.
2. 매일 질문을 3개만 남긴다
하루에 딱 3개의 질문만 적습니다.
질문은 짧아도 좋고, 구체적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문장을 마주하며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이 담겨야 한다는 겁니다.
예)왜 이 주제는 항상 결론 없이 끝나는 걸까?
나는 왜 이 문장에 기분이 나빠졌을까?
나에게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가?
3. 질문을 다시 읽고, 연결되는 사유를 확장한다
질문을 모아두면 그것만으로도 나만의 독서 기록이 완성됩니다.
책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내가 던졌던 질문은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또 다른 책을 읽을 때, 일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생각의 기준점이 되어줍니다.
4. 질문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질문 중심 독서는 글쓰기와 연결될 때 더 빛을 발합니다.
매주 한 번, 내가 기록한 질문 중 한 가지를 골라 짧은 글을 씁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독서가 ‘사유의 글쓰기’로 확장되죠.
마무리하며 – 질문은 나와 나를 연결하는 다리다
책을 요약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만의 질문을 남기는 일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독서 방식입니다.
질문은 나의 사고 수준을 보여주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내며,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혹시 독서 후 ‘정리만 하고 끝나는’ 느낌이 든다면,
오늘부터 질문만 남기는 독서를 해보세요.
한 권의 책이 열 개의 질문이 되고,
그 질문이 백 개의 생각으로 확장되어
결국 한 사람의 철학이 될 수도 있습니다.